센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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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크리트 블록, 고체연료,,, 다 쓴 기저귀가 180도 바뀌었다 ★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급성장했다. 2013년과 비교하여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15배 이상 커졌으며, 현재 연간 2400억 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2025년 1월 기준, 한국도 70대 이상 인구(12.94%)가 20대 인구(11.63%)를 추월했다. 2024년 12월부터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는 단순히 기저귀 사용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 문제로 이어진다.

기저귀는 그 자체로 막대한 폐기량을 자랑한다. 한 명의 유아가 기저귀를 떼기까지 평균 4천에서 6천 개의 기저귀를 사용한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 기저귀를 사용하는 기간이 10년, 20년,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폐기물량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문제는 단순한 폐기물량의 증가가 아니다.플라스틱과 펄프로 이루어진 기저귀는 소각 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기저귀의 높은 수분 함량은 소각 효율을 떨어뜨리고 처리 비용을 증가시킨다. 매립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저귀 속 고흡수성 수지(SAP)는 30배까지 팽창하여 매립 시 부피를 크게 차지하며, 분해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린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강과 바다를 범람하며 수로를 막는 쓰레기 더미의 5분의 1을 기저귀가 차지할 정도로 기저귀 폐기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출처 : 전북환경운동연합).
우리가 방문한 가고시마 현에서는 가정에서 배출된 종이 기저귀를 회수하여 재생펄프를 제조하고, 이를 다시 기저귀 원료로 사용하거나 티슈, 용지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
2015년부터 일본의 기저귀 회사들은 사용이 끝난 기저귀의 펄프를 오존 살균해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분을 흡수하는 고분자 흡수체(SAP)도 전용 장치로 분리하여 구연산 등을 투입하면 수분을 빼고 원래의 크기로 되돌려 재사용할 수 있다. 오존 살균 기술은 살균, 표백, 탈취 및 박테리아 제거를 실현하여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의 위생 문제를 해결했다.2016년, 가고시마 현 시부시시에서는 가정에서 나오는 종이 기저귀를 회수해 재생 펄프를 제조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웃 도시인 오사키도 2018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24년 4월, 세계 최초로 재활용 기저귀 제품이 일본에서 출시되었다. 판매 제품은 유아용 기저귀, 성인 기저귀, 고양이 화장실 모래 대용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저귀 제조사 유니참은 가고시마현 시부시시에 기저귀 수거함 약 500개를 설치하여 재활용 공정에 필요한 기저귀 수량을 확보했다. 유니참에서 개발한 재활용 기저귀는 2022년부터 가고시마 현 내 병원과 요양원에서 먼저 사용되고 있었다.

기저귀를 재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87%나 줄어든다. 100명의 성인 기저귀 사용자만 기저귀 재활용에 동참해도 연간 2톤 트럭 23대 분량의 폐기물을 줄이는 성과를 거둔다고 한다. 또한 연간 최대 100그루의 산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은 기저귀 재활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저귀를 세척 및 살균한 후 분쇄하여 콘크리트 블록의 원료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사키정에서는 기저귀 재생펄프를 활용한 지점토를 제작해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호우키 지역에서는 폐기된 기저귀를 고체 연료로 가공하여 공중목욕탕의 난방비를 절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소각 장 두 곳 중 한 곳을 기저귀 재활용 공장으로 전환해 연료를 생산한다. 350도 열에서 24시간 동안 살균, 발효된 폐기저귀는 보풀로 변하고, 기계 처리를 거쳐 펠릿 형태의 연료가 된다.

이처럼 기저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며, 이 고민은 비단 쓰레기 처리 차원을 넘어,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국내에서는 기저귀 재활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보다가, 작은 규모지만 앞서 소개한 일본 사례보다 진일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보드레기저귀 사업단에서 제공하는 모든 천기저귀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른 안전확인시험검사를 받은 면100%(무지) 무형광 및 유아용 섬유만을 사용한다.
세탁 세제는 100% 식품첨가물 성분과 EWG 그린등급을 준수하여 만든 제품만을 사용하는데, 중금속, 글리옥살, 비소, 폼알데하이드, 벤젠, 형광증백제, 아세트알데하이드, 피부자극테스트에서 모두 합격하고, 유아얼룩에 특화된 세제이다. 85℃로 살균세탁 후 90℃ 이상의 고온 살균 건조로 잔류 세균을 제거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별로 개별 포장하여 내 아이의 기저귀가 다른 아이의 것과 섞이는 것을 방지한다. 가정에서 사용한 기저귀를 수거시까지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기저귀 수거함(매직캔)을 제공한다.2016년 1월 1일 개시한 보드레기저귀 사업은 많은 운영난을 겪었지만, 2023년 3월 전주시 정책 사업으로 확정이 되면서 현재 280여 명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전주시에서 아이를 출산하면 누구나 천기저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세척 비용은 전주시를 통하여 지원받게 되었다. 담당 부서는 보건소와 협의하고 있는데, 아이를 출산하면 누구나 보건소를 방문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모들에게 이 사업에 대한 홍보가 잘 이루어져 현재는 대기자가 많이 있는 상황이다.
천기저귀 사업은 환경적 · 건강적 이점 외에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참여자의 자립을 도우며, 양육자가 천기저귀를 일일이 세탁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천기저귀는 일회용 기저귀보다 자주 갈아줘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신체적 접촉이 늘어나면서 아이와 양육자간의 정서적 교감과 상호 친밀성이 증대된다.
우리는 평생 기저귀를 사용한다. 영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기저귀는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딸에 대하여>라는 소설 속 등장하는 요양보호사는 다음과 같이 독백한다."나의 직업은 요양보호사이다. 내가 보호하고 있는 젠은 치매 환자이다. 엉덩이에 욕창이 점점 커져만 가는데, 윗사람은 기저귀 값이 아까워 기저귀를 반으로 나눠쓰고, 자주 갈아주지 말라고 한다. 그녀가 도와줬던 수많은 사람은 왜 아무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는 걸까. 그녀는 이렇게 조용히 죽어야 하는 걸까."
이처럼 기저귀 문제는 존엄한 노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인간 생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용하는 기저귀의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환경 보호 뿐 아니라, 사용자 및 보호자 개개인 삶의 질과 직결된 과제다. 초고령화·초저출산 사회에서 기저귀 문제 해결은 우선순위로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